지난 주일 우리는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며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에 대해 함께 나누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지만, 세상 속에 숨겨진 방식으로 존재하기에 우리가 일상에서 그 나라를 온전하게 누리며 살아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이 신비로운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그 나라와 일치되어 계신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며,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고 그분이 걸어가신 제자의 길을 묵묵히 함께 걷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위대한 사역을 홀로 하지 않으시고 베드로와 안드레, 야고보와 요한이라는 평범한 어부들을 부르셔서 동행하게 하셨습니다. 오늘 이 ‘예수님의 부르심’이라는 말씀을 통해 우리가 어떤 존재로 부름받았는지, 그리고 제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더 깊이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를 향한 주님의 부르심에 있어 모든 주도권이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다는 점입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 갈릴리 바닷가를 지나가시다가 그물을 던지고 있던 형제들을 ‘먼저 보시고’ 그들에게 다가가 “나를 따라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의 응답에는 물론 그들 스스로의 결단이 포함되어 있었겠지만, 그 시작은 언제나 주님의 먼저 찾아오심이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여 이 자리에 있는 것 같고, 누군가의 권유로 교회에 발을 들인 것 같지만, 실상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계획과 세밀한 인도하심이 우리 삶의 주체가 되어 우리를 이끌어 오신 것입니다. 제자의 삶이란 바로 이러한 삶의 주도권을 주님께 온전히 내어드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내 인생의 모든 짐을 나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주권자이신 하나님께서 내 삶을 책임져 주신다는 사실을 신뢰할 때 우리는 비로소 참된 평안과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사도 바울의 스승이었던 가말리엘이 하나님의 일하심을 신뢰하며 차분하게 기다릴 줄 알았던 것처럼, 우리 역시 자녀 양육이나 직장 생활, 사업의 성패와 같은 모든 염려를 주님 앞에 내려놓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하며 담대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또한 주님의 부르심은 어떤 특별하고 거창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현장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성경은 베드로와 안드레가 밤에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던질 때, 그리고 야고보와 요한이 아침에 그물을 깁고 정리하고 있을 때 주님이 그들을 부르셨다고 기록합니다. 밤부터 아침까지 이어지는 이 시간의 흐름은 우리의 일상 전체가 하나님의 부르심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특별한 시간, 특별한 집회에서만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주님은 우리가 땀 흘려 일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때로는 성취감에 기뻐하고 때로는 실패에 실망하는 그 평범한 일과 속에서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C.S. 루이스가 말했듯이, 자신의 일상을 신비롭게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은 우주 그 어느 곳에서도 신비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이야말로 하나님의 세밀한 음성을 듣는 소중한 통로임을 깨달을 때, 우리는 매일의 삶을 새로운 기대감으로 대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곁에 있는 가족과 동료들을 과거의 편견으로 평가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부터 하나님 안에서 새롭게 변화될 존재로 바라보는 영적인 눈을 갖는 것이 참된 제자의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부르신 목적은 단순히 전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명에 최고의 가치를 두는 삶으로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인 어부가 고기를 잡아 수익을 내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면, 주님의 제자는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경제적 성취보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와 그 ‘생명’을 온전히 누리고 살리는 일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는 우리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라는 요청입니다. 만약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나 경쟁하는 태도가 나 혹은 타인의 생명을 해치고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기꺼이 그 익숙한 삶의 방식을 포기하고 하나님의 생명 원리를 따라야 합니다. 제자들이 부르심을 받았을 때 배와 그물, 심지어 가족을 뒤로하고 예수님을 따랐던 것은 그 가치들이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주님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의 가치가 너무나 절대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인 가치를 발견한 사람에게 이전에 절대적이라 믿었던 세상의 것들은 사소하게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사랑하는 강림의 성도 여러분, 예수님의 부르심은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삶의 주도권을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십시오. 매일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며, 곁에 있는 이들을 새로운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그 고귀한 생명을 온전히 누리며, 그 생명을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흘려보내는 참된 제자의 길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선한 길로 인도하시며, 우리를 통해 생명의 역사를 일구어 가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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